오르카의 아틀리에

이 팁은 [진짜]다.

일정이 훈련소 퇴소 후 바로 출장이 잡혀있었기 때문에 출장을 다녀와서야 후기를 남겨봅니다.

 

훈련이나 생활하는 건 연대나 중대별로 살짝 다르다고 알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보다는 한 달 동안 훈련소 생활하면서 필요하거나 정말 도움이 되었던 꿀팁들을 위주로 써볼까 합니다.

 

# 챙기면 좋은 것들 (준비물)

- 칫솔(세면도구) ★

칫솔이나 세면도구 외에도 기본적인 것들은 전부 보급이 되지만, 보급받았던 칫솔은 솔이 조금 억새서 잇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세면도구로 비누를 보급해주기는 하는데 샴푸, 린스 등등 비누 쓰기 싫으시면 챙겨가는 게 좋습니다. 다 챙기시기 귀찮으시면 싸제 여행용 세면도구를 낭낭하게 챙겨가는 것도 좋습니다. 

 

- 책/공책 

훈련소에서는 기본적으로 오락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전자기기가 없는 건 물론이고 공익과 병특들은 훈련기간 동안 다치면 곤란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밖에 나가서 축구나 농 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특히, '동화기'라고 해서 입소하고 3~4일 동안은 훈련보다는 정신교육과 보급품 전파를 주로 하기 때문에 정~~ 말 죽을 맛입니다. 저는 '동화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기한다는 게 정말 힘듭니다. '나는 어디인가 여긴 누군가'라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이때 책이나 공책이 있다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물론, 부대별로 북카페가 있어 책을 언제든 가져가서 읽을 수 있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 있을지는 미지수 이기 때문에 2~3권 정도는 챙겨가는 것이 좋습니다.

 

- 물통(텀블러) 

훈련소에는 전우조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생활관 밖으로 이동할 때 3명 이상 조를 이뤄서 이동을 하는 것인데요. 물을 뜨는 곳은 밖에 있기 때문에 물 한잔 하고 싶을 때 전우조 모으기도 귀찮기 때문에 다들 물통을 많이 이용합니다. 보통 훈련 때 보급받는 생수 페트병을 몰래 재사용하거나 수통을 이용하는데 수통과 페드병의 위생이 찝찝하다면 챙겨가면 좋습니다.

 

- 시계 

제가 속해있던 중대는 마이크 데스크 앞에만 시계가 있어서 시간 알기가 애매했습니다. 물론 항상 전파사항들은 '집합 N분 전' 같이 지금 몇 시인지 몰라도 되도록 전파돼 기는 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훈련을 나가면 가끔 시간이 궁금할 때 불편했습니다. 그 외에는 뭐 굳이 X샥, 카X오 같은 브랜드 시계를 구매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다이소에서 5000원짜리 손목시계를 사서 가면 삶의 질이 쪼끔 올라가는 정도입니다.

 

- 위장 크림 

군대에서 보급하는 위장크림은 피부에 썩 좋지 못하다고 소문이 나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미세먼지 덕분에 위장크림을 써본 적이 없지만, 피부를 신경 쓰신다면 싸제 위장크림 챙겨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 팔꿈치 무릎 보호대 

사격은 엎드려쏴를 기본으로 합니다. 사격뿐만 아니라 뒤로 가서 받는 훈련들(각개 숙달, 종합)은 엎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보호대를 쓰지 않으면 팔꿈치/무릎이 아픕니다. 챙겨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 휴지/물티슈 

휴지도 두루마리 휴지 2개씩 보급해줍니다만.... 솔직히 부족했습니다. 물론 공용 휴지도 화장실 앞에 걸어두긴 하는데 여행용 티슈로 2~3개 더 챙겨가시는 게 좋습니다.

 

- 코골이 마개 ★ or 

일단 옆에서 코를 골아도 상관없이 잘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어플러그로 충분하겠지만, 자신이 밤귀가 예민하다 라고 생각하면 코골이 마개를 조금 챙겨가시는 게 좋습니다. (코에 넣어 숨쉬는 구멍을 만들어주는 '코골이 마개'나 입을 벌리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입 벌림 방지 밴드'가 있습니다.)

 

- 면봉 

귀 파는 거라면 손톱깎이 세트 보급품에 포함되어있어 문제없지만, 사격을 하고 나면 총기 손질을 하게 되는데 면봉이 있으면 구석구석 기름칠하기가 편합니다.

 

- 우표/편지지/풀 

저는 편지를 잘 쓰는 편이 아니고 당시 여자 친구도 없었어서 편지를 쓰지 않았지만, 여자 친구가 있는 분대원들은 거진 매일 편지를 썼습니다. (그만큼,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기 전까지 편지, 책 이런 게 없으면 버티기... 힘듭니다) 우표는 훈련소 들어가서 사용할 우표를 산다고 하면 아마 420원짜리 우표를 줄 텐데 그거 사서 들어가시면 됩니다. 더 저렴한 걸 사면 우표를 두장 붙여야 합니다. 사실 편지지, 편지 봉투는 군용으로 있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지만 우표는 없으면 군사우편으로 보내야 하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립니다. 편지를 쓰실거라면 우표 꼭 구매해서 들어가셔야 합니다.

 

- 인터넷 편지 부탁하기 

저는 그냥 조용하게 들어갔다 나오려고 해서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는데 인편이 오면 심심할 때 읽는 맛이 쏠쏠합니다. 적어도 지인이나 부모님에게 뉴스 기사 제목이라도 긁어서 보내달라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분대원들이랑 그거 가지고 돌려 보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좋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는 건 그것뿐....)

 

- 큰 가방 

돌아갈 때 보급품을 많이 받아가게 됩니다. 전투복, 전투화 등등 가방을 충분하게 들고 오지 않으면 주로 야봉이라는 봉투에 싸서 들고 가는데 아무래도 비닐봉지라 들고 다니기 불편합니다. (뭐 어차피 다들 퇴소한다는 설렘에 그런 불편함 정도야 감수하는....) 더블백같은 가방을 여분으로 들고 오면 좋습니다.

 

 

# 훈련소 깨알 팁

- 훈련

훈련은 꾀를 부리면 최대한 편하게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익과 병특의 훈련은 원래 훈련 강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허리나 다리가 진짜 많이 아픈게 아니면 빠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을 참관하는 것보다 받는게 시간이 더 빨리 갑니다)

 

- 이동간 차등제

공익과 병특들은 '이동 간 차등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걷는 게 힘든 훈련병들을 위해 조금 일찍 훈련장으로 출발해서 느린 걸음으로 훈련장까지 이동하는 제도입니다. 제식이 없고, 속도가 느려서 발목이나 무릎, 허리가 안 좋은 훈련병들이 주로 이용했습니다. 

 

- 열외

훈련소에서 기본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훈련 최소 시간이 있는데 이 훈련시간에서 30교시가 빠지게 되면 귀가조치라고 합니다. 하루에 기본적으로 10교시로 잡고 있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 3일을 넘어서 훈련을 내리 빠지게 되면 귀가라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의무과 때문에 빠지게 되거나 정말 걷는 게 안 되는 환자들은 훈련하러 이동할 때 막사 대기를 받게 됩니다. 때문에 자신이 몇 교시 정도 빠졌는지 잘 기억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소대장님과 면담해서 상담받으면 됩니다.

 

막사 대기를 하게 되면 할 게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아파서 대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뭘 시키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버티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프셔도 막사 대기보다는 훈련장까지는 이동해서 참관이라도 하시는 게 시간이 잘 갑니다.

 

- 의무과

군대에서 아프면 개손해입니다. 일단 응급이 아니라면 저녁에 의무과를 신청해서 다음날 오전/오후에 의무과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됩니다. 일단 아프면 적어도 반나절은 참아야 한다는 소립니다. 참지 마시고 아프면 의무과 신청 바로바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